제주도로 워케이션을 가기전 회사에서 팀원들에게 무료로 심리상담을 3번 정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며 공유를 해줬다.
그 당시에 나는 별로 힘든건 없지만 그 상담에서 MBTI 같이 자신에 대해 검사할 수 있는 게 있다그래서 단순 호기심으로 신청을 했다.
상담은 비대면으로 이뤄질 예정이었고 나는 상담이 시작하기 1분 전까지 할 얘기가 없으면 어떡하지..? 그래도 전문가인데 상담을 리드해주겠지? 라며 별 생각없이 있었다.
그런데 웬걸 상담이 시작하고 상담가 선생님이 왜 상담을 신청했고 요새 가장 많이 경험하고 있는 감정이 뭐냐고 물어보셨다.
마치 드라마 "유미의 세포" 에 나오는 세포들이 내 머리에 있다면 "이성이"는 어디 묶여져 있어 통제권이 없고
바닥에 꽁꽁 감춰져 있던 "본심이"이가 튀어나와서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바로 선생님께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고 다 때려치고 싶은 생각이 자꾸만 들고 너무나도 무기력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입사하고 나서 현재까지 총 8월 남짓한 기간동안 또는 그 전의 나의 일상이 어땠고 그 일상에서 내가 겪는 상황들 감정들을 토해내듯 이야기 했던 것 같다.
입밖으로 남에게 전달한 나의 일상들은 정말 빡빡-했다.
혹자는 당연히 그렇게 살아야 하는거 아니냐!? 이 험난한 세상 생존하려면 그것보다 더 해야돼! 라고 말할 수 있다.
우선 나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 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일했을 때 쉬는 날에 쉬고 있는 내가 너무 죄스러워서
쿠팡 알바를 자주 나갔었다. 한번은 남자친구랑 여러번은 나혼자서..
왜 죄스러웠을까? 그 쉬는 주말이
나는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는 중에도 종종 쉬는 내가 너무 한심해서 여러가지 일을 벌이곤 한다.
원래는 영어 수업도 있었는데 그거는 도저히 수업료를 내기 힘들어서 그만 뒀다..
여튼 사이드 잡, 영어공부, 개발공부, 자기계발, 회사 업무, 대인관계 등등 내 몸은 하나인데 여기저기서 나에게 해야한다고 하고 나를 찾아댄다.
타인의 기대감, 내가 내 자신에게 거는 기대감에 충족해야한다는 막연함에 사로잡혀있었던 것 같다.
해야할거가 많다보니 조금이라도 숨을 쉬려면 어딘가는 꽉 조여서 공간을 마련해야 했다.
그게 나에게는 돈이었던 것 같다.
생활비를 확 줄이면 다른 곳에 쓸 수 있으니까 그렇게 나 자신을 통제하고 또 통제했다.
그 중 하나가 여행이었다.
나는 여행을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었는데 이십대 후반이 되면서 여행을 가는 모든 순간이 나에게 손해라고 생각했다.
이 시간에 공부를 하면 더 나아질 수 있는데
이 시간에 돈을 벌면 더 나아질 수 있는데
이 시간에 남들은 하나라도 더 프로젝트 할텐데 라는 생각으로 가득차서 여행가는 내자신이 한심하다 라고도 생각했다.
그리고 점점 생활비를 줄여나가다 보니 이제 나에겐 여행은 없다.
여행을 가지말자 라고 땅땅땅 선언을 하고야 말았다.
생각해보면 그 시점과 내가 번아웃이 오기 시작한 시점이 거의 일치하는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나를 몰아세우며 하루하루를 살아갔고 나도 모르는 번아웃이 나를 찾아오고
나는 한번에 모든걸 놓어버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치 계주 출발선에 선 계주 선수가 시작 총소리만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가 우연한 계기로 심리상담을 1차로 받게 되고 그 다음주 나는 팀원들과 다같이 제주도 워케이션을 떠나게 된다.
우리 회사는 최근 2달 사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이벤트들로 몇몇 팀원들이 퇴사하게 됐다. 그런 일들이 있어.. 대표님은 다같이 워케이션을 가서 환기를 하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사실 나는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무슨 워케이션이야!! 기분은 내심 좋지만 업무가 밀릴 생각에 한없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떠난 제주도는 나에게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어 주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제주도를 가족들과 친구들과 몇번 갔었지만 그닥 기억에 크게 남지는 않는다.
그냥 .. 자연이 아름답다 음식이 맛있었다 끝 거기서 힐링을 하고 머릿속이 정화된다는 경험은 해보지 못했다.
늘 제주도의 좁디 좁은 골목길과 도로를 욕하며 운전한 기억이 가득할 뿐..ㅋㅋ
팀원들과 3박 4일 정도 같이 제주도를 가서 "work" 보다는 "vacation"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알고보니 경영진 측에서 편의를 많이 봐준 거였다. 덕분에 나는 정말정말 행복했었다.
서울에서 다시 만난 팀원들이 나에게 해준 말이 있다. "지원님이 제주도에서 행복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셔서 저까지 행복했어요." 였다.
나는 내가 그렇게 행복하다는 말을 많이 한 줄 몰랐는데 제주도에서 보낸 3박 4일동안 아무 잡념도 없고
마음이 편했다는건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리고 나는 한가지 깨달은게 있다.
나는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또한 내가 나를 통제하고자 한 생각이고 사실 나의 취미는 여행이라는 것 !
나는 여행을 할때 가장 행복하고 여행을 통해 나는 편안함과 자유를 느낀다.
이런 내가 행복해질수 있는 기회를 뺐지 말고 다시 주자고 결심했다.
나는 작년부터 나에게 주어진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를 모조리 박탈해놓고 숨쉴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됐지? 라고 계속 되물었던 것 같다.
사실 너무 힘들고 숨쉴수가 없었는데 제주도에 가서 제대로 숨을 쉬어보니 그동안의 내가 너무 미워졌다.
그래서 이제부터 다시 여행을 해보려고 한다.
다만 너무 자주 그리고 사치스러운 여행이 아니라! 그래도 여행 적금 들어서 가려고 한다.
상담가 선생님도 그 워케이션이 나에게 좋은 터닝 포인트가 된것 같고 지난번에 봤을 때 보다 좀 더 편해보인다고 말씀해주셨다.
말씀대로 정말 마음이 편했기 때문이다 그 아무리 밀린 업무가 나를 반겨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다시금 내가 나를 통제하려고 할때 보기 위함이다.
나는 욕심이 많고 열등감이 심하기 때문에 또 나를 몰아세울거고 궁지로 내몰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 과거의 내가 어떻게 그 상황을 빠져나왔는지 도움을 받기 위해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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