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스타트업에서의 첫 경험과 이직 이야기

dev_jiwonpark 2024. 12. 12. 21:15

많은 주니어 프론트엔드 개발자들이 이직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곧 정신병에 걸릴 것 같아 준비없이 홧김에 퇴사를 한 케이스이다.

퇴사 전의 나: 무너져 가던 일상

나는 스타트업의 1인 개발자로 들어가게 되었고 꽤 높은 연봉으로 첫 신입 시절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현실은 쉽지 않았다.

 

회사에서 공황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다가 갑작스럽게 과호흡 증상이 찾아오고, 멈추지 않는 구토로 혼자 택시를 잡고 응급실로 가면서 그제야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인지했고, 결국 퇴사를 선언하게 되었다.

 

스타트업, 1인 개발자의 현실

(아래 내용은 지극히 저의 경험에 기인한 글이니 감안하고 봐주세요... 🥹)

개발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나는 그 회사의 전산직원이자 개발자이자 개발팀장이자 IT 관련 거래처 담당이 되었다.

개발 하는 시간보다 거래처 미팅하고 전화 돌리고 전산 문제 해결하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물론 개발 양도 어마무지하게 많아서...^^ 매일 야근에 주말 출근까지 강행해야 했다.

 

그러다 허리 직급들의 집단 퇴사.. 그러면서 어영 부영 넘겨받게 된 선임의 업무.. 

그때부터였을까 나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점점 심해졌다. 

스타트업의 장점과 단점

스타트업의 최대 장점은 하나의 직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것!

최대 단점을 그로 인한 스트레스 & 책임은 오롯이 다 나의 몫이라는 것!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강철 멘탈의 개발자라면 그곳에서 잘 버틸 수 있었겠지만 나는 아니였다. 

여튼 이러다 제명에 못살겠다 싶어 퇴사선언을 하게 되었다. 

퇴사와 그 이후의 불안

퇴사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정말 사람에 대한 혐오감이 느껴질 정도였지만 난 아직도 세상 사람들의 내적 선함을 믿기 때문에 그냥 그 사람들이 이상했다고 생각하련다. 회사가 그뿐이랴 이 세상에 회사는 천지삐까리고 회사 대표도 회사 직원 잡아먹는 사람들만 있는게 아니라고 믿는다. 

 

사실 퇴사하고 엄청난 자유를 느꼈다. 그것도 잠시 겁나 무서웠다.. 아니 엄청나게 쫄렸다!!

계속 나가야하는 월세,,고정 지출,, 나의 비상자금 통장은 당장 한달을 먹고살수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회사를 나갈수밖에 없었다. 

주변에서는 "조금만 버티지 왜 퇴사를 했냐" 되물었다.

그치만 그 상황에서 내가 겪은 것들을 그저 나의 입으로 전달 받은 이들은 나를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그냥 그런 말 들어도 허허허 😀 하고 웃어 넘길 뿐이다. 

퇴사후 뭐 예정되었던 여행도 다녀오니 금전적으로 정말 X 100 쫄렸다.

그래서 바로 단기알바를 엄청나게 뛰었다. 매일매일 단기 알바를 했고 투잡으로 알바를 했다.

돈되는거면 다 신청하고 일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당장 이직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F-lab 하면서 공부에 집중하고 싶었기도 하고 최근 채용시장이 얼어붙어 이직을 해도 안될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아주 멍청한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단기 알바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본가로 이사갈 예정이었다. 

이직 과정: 다시 도전한 면접

그때 주위 아는 사람으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는 거절할까 싶었다. 나는 이전 회사에서 겪은 일 때문에 인간 고슴도치가 되어버렸다.

그 회사도 똑같지는 않을까 사람들이 이상하지 않을까 고민하며 굉장히 경계했었다. 

하지만 거절하려는 내 생각과 달리 일이 빠르게 돌아갔다.

사실 퇴사 하기 전에 이력서 업데이트를 했던 터라 바로 서류 제출을 하게 됐고 ...

그러다 면접 날짜 까지 잡혀버렸다...!

 

면접은 1차 2차로 진행되었고 실무진 그리고 대표님과 진행했다. 

약 8개월만의 면접이다 보니 정말 너~~무 떨렸다.

전날 부터 잠이 안와 계속 면접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당일에는 손이랑 입꼬리가 너무 떨리고 심장이 쿵쾅대서 면접전에 청심환도 사서 마셨다..

 

첫 취준할때 한달동안 거의 40개의 회사 면접을 봤는데도 오랜만에 면접을 보려니 너무 떨렸다..

하지만 내 불안한 예상과는 다르게 면접 분위기는 부드러웠고 저절로 긴장도 풀리니 입도 풀리고 대답도 잘 나오게 됐다. 

다들 내가 한 프로젝트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셨고 나는 신나서 대답을 했던 기억이 있다. 

너무 괴짜처럼 보이진 않았을려나 너무 이미지가 강해서 거부감이 들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다들 너무 착하고 팀분위기가 부드러워 편하게 대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결과는 최종 채용..!! 연봉은 직전 연봉보단 많이 낮지만 얼어붙은 시장에 채용된것만으로도 잘됐다 싶다.

배운 점: 아무것도 아닌 건 없다

내가 좋아하는 그룹.. 재쓰비의 노래 [ 너와의 모든 지금 ] 의 가사중에 " 아무것도 아닌건~ 아무것도 없댔어~" 라는 가사가 있다.

이번 면접이 끝나고 나는 느낀것이 한 가지 있다.

내가 한 모든 일 중에 부질 없다 그냥 하는 거다 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후에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수 있다는걸 배웠다.

 

그냥 내가 신청한 원티드 프리온보딩 챌린지, F-lab 등등 하지만 그곳에서 배운 내용들이 면접 기술질문으로 나와 잘 대답할 수 있었다. 물론 대답하지 못한 것도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하지 않은 이전의 나였다면 ...어버버 하면서 답변 못했을 수도 있다. 

 

면접 제안도 그렇다 그냥 거절하려고 했지만 그 제안은 나에게 희망을 주었다.

마치 얼어붙은 시장이 나에게 다시 한번 해보라며 기회를 준것 같았다. 

나를 믿고 나아가기

면접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안에서 저 노래를 들으면서 다시금 내가 일어서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나는 퇴사하기 전에는 하도 대표가 가스라이팅을 해서 내가 그 회사에서 무척이나 쓸모 없고 연봉이나 갉아먹는 개발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해왔던 작업물을 정리하면서 내가 참 그 회사에서 애정을 갖고 정말 열심히 했구나 라는 걸 느꼈다.

 

실제로 나는 할아버지 돌아가신 날에도 회사가서 일을 했다. 그 당시 대표가 투자를 위해 꼭 구현해야할 기능이 있다고 했고 나는 그 기능을 꼭 개발해서 회사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날은 주말이었고 출근한 다른 직원이 미쳤냐고 얼른 가라고 해서 노트북 싸들고 본가로 갔던 기억이 있다. 

그정도로 회사에 애정이 있었고 잘해내고 싶고 증명해내고 싶었다.

 

그런데 너무 의지가 강하다보니 부러지는건 너무나도 쉬웠던 것 같다.

사실 회사는 내가 누군지, 얼마나 유능한 사람인지 증명해주는 곳이 아니고 그저 일터인데 말이다. 

지금은 진정으로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했던 프로젝트,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해냈던 업무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보여줬던 책임감과 헌신은 스스로를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내 가치를 외부 환경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입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걸 배웠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앞으로도 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나와 같은 주니어 개발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

취업도, 이직도 결국은 운이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분위기, 대표, 동료 등 많은 것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하니까 ...씁쓸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 ' 운칠기삼 ' 이 떠오른다. 

 

하지만 자신을 믿고 준비를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준비된 태도와 실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삶은 때로는 버겁지만, 우리가 묵묵히 해낸 모든 경험들은 결국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준다고 믿는다.  그러니 오늘도 힘들지만 한 걸음씩 같이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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